※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서른을 코앞에 둔 ‘율리에’(레나테 레인스베 분)는 아직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 의학을 전공했지만 육체보다 정신에 더 관심이 쏠리면서 전공마저 심리학으로 바꾼 참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번에는 사진에 끌리기 시작한다. 자아를 찾아 분투하던 율리에는 우연히 유명 만화 ‘밥캣’의 작가 ‘악셀’(앤더스 다니엘슨 리 분)을 만나게 되고, 곧 그와 사랑에 빠진다. 대화가 잘 통하는 악셀 옆에 있으면 행복감이 밀려오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조급한 마음을 떨쳐내기 어렵다. 그러는 사이 율리에가 쓴 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전쟁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누군가는 전쟁으로 목숨을, 누군가는 가족을 잃는다. 또 다른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빼앗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전쟁은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일생일대의 사건이다. 그렇다면 전쟁이 영화가 될 때 창작자는 어떤 태도를 장착해야 할까. 최소한 ‘이 이야기가 영화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지금까지 전쟁영화들은 전쟁을 하나의 블록버스터 소재로 소비해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전쟁의 참상을 드러내 비판하고 생명 존중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도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 ‘어느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해 보자. 이 영화 속 인물들은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한 가족처럼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유사 가족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경제력이 없다는 것이다. 빠듯한 살림 탓에 이들은 부족한 것을 ‘훔쳐서’ 메우기 일쑤다. 노동의 기회마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게 아닌 지금의 사회구조를 생각한다면, 그들의 절도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영화의 문제는 절도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진짜 문제는 오사무(아빠)의 도둑질에 끊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열여섯 살 ‘수잔’(수잔 랭동 분)에게 세상은 지루한 곳이다. 수잔은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들과의 대화에는 좀처럼 집중하지 못한다. 학업 성적 역시 매우 우수한 편이지만 공부에는 무관심하다. 그는 늘 표정 없는 얼굴로 딴생각에 잠겨 있다. 모임에서는 수다 삼매경에 빠진 친구들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기 일쑤다.그런 수잔의 눈에 어느 날 연극배우 ‘라파엘’(아르노 발로아 분)이 들어온다. 라파엘은 수잔의 집 근처 극장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어쩌다 멀찍이 선 라파엘과 눈이라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좋다고 느끼는 것에서 이유를 찾지 않는 사람. 귀한 것에 감탄을 아끼지 않는 사람. 아는 것도 ‘안다’고 성급히 단정하지 않는 사람. 내가 생각하는 홍상수 감독의 모습이다. 그리고 나는 그와 꼭 닮은 그의 영화들을 좋아한다.감독 홍상수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오랜 시간 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물론 그의 영화는 한 편 한 편이 개별성을 가지지만) 그의 영화는 홍상수라는 공통점으로 묶이는 한 편의 대서사시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파고드는 행위. 그리고 그 행위에 대한 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주인공 ‘아민’이 카메라 아래에 자리를 잡는다. 카메라는 누운 아민을 위에서 찍고 있다. 처음 누운 곳은 카메라의 한참 아래쪽. 아민의 얼굴이 화면에 제대로 잡히지 않자 감독(아민의 친구)은 조금만 더 위로 올라와 보라 주문하고, 그는 몸을 꿈틀댄다. 그러나 이번에 아민이 멈춘 곳은 지나치게 위쪽이어서 그의 이마가 앵글을 벗어나고 만다. 아민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가까스로 카메라에 가장 잘 나오는 위치를 찾아 정착한다. 나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곳에 나를 멈춰 세우려는 노력. 어쩌면 그 노력이야